아무튼 사람은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해야 하고 그 중 한국인들은 취준생이 하루라도 쉬는 걸 못 견딘다. 다들 알다시피 현 직장을 다니면서 이직을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데 이상이 왜 이상이겠나 이루어지기 힘든 상상이라 이상인 것을. 그렇다고 일을 그만두고 다시 시작하기까지의 공백기도 촘촘한 경험과 깨달음으로 채워와야 만족하는 게 구직 시장이다. 나처럼 밑도끝도 없이 이직할 곳 생각도 않고 사직서 날리면 일단 구직시장에서 흰눈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러니 한국인이자 제 발로 기어나온 백수이자 활발하게 일자리에 있어야 할 청년에게 이런 위기감이란 당연한 거다. 그래서 잠깐 준비했다. 퇴사 두 달째, 지금까지 무엇을 했냐~ 짧게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 여행 : 뉴욕과 시카고
- 프리랜서 : 디자인과 현장 스태프
- 공부 : 프론트엔드와 기획
- 운동 : 자전거와 클라이밍
여행 : 뉴욕과 시카고 ✈️
여행을 계획할 즈음 환율은 1250원을 향해갔고... 지금이 아니면 또 한도끝도 없이 미뤄지겠다 싶어 눈물과 퇴직금을 털어 미국에 다녀왔다. 생에 첫 장기여행, 생에 첫 비행기 10시간 이상, 생에 첫 입국심사에서 여권 뺏겨보기(!) 등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여백이 좁아 나중에 따로 서술할 것. 보고 배우고 깨달은 일이 정말 많다. 내가 살던 세계는 정말 좁았구나, 나는 내 속도에 맞춰 살면 되는구나 등.
그리고 왜 하필 뉴욕과 시카고였냐면... 좋아하는 게임의 배경이 그 두 곳이라는 아주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다. 내가 말해도 머쓱하지만... 게임 배경이랑 실제 배경 비교하려고 스크린샷도 엄청 찍어갔다구...
프리랜서 : 디자이너와 현장 스태프 💵
퇴사하고 다시 취직 못하면 어떡하지? 다 접고 고향 내려가는 거 아냐? 이런 불안함이 고작 1년 전에는 있었다 ^^ 그런데 놀랍게도 짜잔~ 디자인 관련 일은 계속 들어온다. 심지어 여행 가는 비행기에서, 호텔에서도, 한국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일을 했다. 아는 선배도 내가 퇴사했다는 말을 듣고 정직원으로 채용하고 싶단 의사를 보였다. 현장 스태프 일도 제안이 계속 온다. 저번주는 퇴사했던 회사에서(!) 연출을 몽땅 리딩한 뒤(?) 철수까지 돕고 회식도(!) 하고 왔다. 심지어 이번주 주말도 다 현장임... 이게 가능? 어째 회사를 다니지 않을 때보다 더 바쁜 것 같다...?
그래도 찾는 사람이 이곳저곳 많아져서 알게 된 점은, 내가 어떤 일을 잘하는지 알게 된 것. 디자인 스타일이 맞는 클라이언트와 작업하며 즐겁게 일을 하거나, 연출에서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 현장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법(심장은 대처하기 좀 힘들었지만^_ㅜ) 등. '회사'를 떠나 '나'를 주체로 일하다보니 내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이제는 '하고 싶은 일'의 가치에 대해서도 좀 고민한다. 당장 닥친 일만 해결하며 살던 지난 날과 비교해보면 정말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음.
공부 : 프론트엔드와 기획
그래...! 사실 회사를 그만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다. 처음엔 UI/UX 쪽의 디자인을 하고 싶었다. 알아가다보니 결국 개발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제법 많았고 '그러면 아예 작동하는 것을 배워보자! 직접 무언가를 실행시켜보자!' 라는 욕심이 들었다. 지금은 혼자서 유튜브를 따라 만들거나 구글 검색해서 누덕누덕 기운 코드를 만드는 것에 불과하지만, 10월 중순부터는 학원이 시작될 예정이다. 그 전까지 꼼꼼하게 예습복습 하고 가야지.
코딩은 생각했던 것만큼 어렵다. 매일매일 '이거 왜 안돼?'와 '이거 왜 돼?'가 반복되는 공부... (나만 이러는 거 아니겠지) 오랜만에 머리를 쥐어짜서 공부를 하는데 놀랍게도 재밌긴 재밌다. 디자인을 처음 공부할 때와 비슷한 기분이다. 사람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계속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데 지금 코딩으로 뇌를 좀 좍좍 주물러주는 중.
지금까지 일하면서 알게 된 '기획'에 대해서도 좀 정리해보려고 한다. 알다시피 기획이란 말은 너무 범주가 넓지만, 체득한 것이 문화기획쪽이라 아마 이것에 대해 말할 것. 무겁게 다룰만큼 내가 잘 알고 있지도 않고, 그냥 햇병아리 시절 내가 알았으면 좋았을 법한 사소한 내용들을 정리해 봐야지.
운동 : 자전거🚴♂️와 클라이밍🧗♂️
자전거 출퇴근을 3년 정도 해서 그런지 원래 자전거를 좋아해서인지는 여전히 모른다. 일단 남의 나라(=미국) 가서도 그렇게 자전거를 많이 탈 줄 몰랐다는 친구들의 경악만 있을 뿐... (친구 : 이거 미친놈 아닌가;) 이제 출퇴근 할 일 없으면서도 일이나 공부를 한차례 마무리한 오후 5시 정도면 늘 자전거를 끌고 한강을 달린다. 40~50분 정도 신나게 달리고 들어오면 씻고, 저녁을 먹고, 그날 할 집안일을 한 뒤 또 일이나 공부 하기. 좋아하는 운동을 명확하게 알아서 참 좋다. 환기가 필요할 때면 당장 자전거를 들고 나가면 되니까.
클라이밍도 비슷하다. 매주 일요일마다 친구랑 만나 3시간 동안 팔빠지게 돌 잡고 오는 편. 이렇게까지 길게 빠질 생각은 없었는데... ^^ 하면서도 도전했던 동영상 돌려볼 때마다 실패했던 볼더링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이제 중간 단계 좀 넘어설 실력정도는 된다구.
백수이자 취준생이자 어정쩡한 프리랜서는 하루를 컨트롤할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 믿어야 하는 게 나 자신이라니 어른들은 다 이러고 산단 말이냐. 그래도 회사를 오래 다녀 좋은 점은 쳇바퀴같은 일과에 길들여졌다는 점이다. 나는 출근 없이도 이렇게 살기로 했다. 느슨하지만 규칙적으로, 내가 나를 돌보며.
- 늦어도 아침 7시엔 일어나기
- 아침에 일어나 물 한 잔 마시기
- 하루에 적어도 두 끼 먹기
- 최소한 30분 운동
- 늦어도 저녁 12시에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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