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시작하기로 했다. 목적지가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길을 나선 것만으로도 굉장한 일이 아니겠나, 그렇게 생각한다.
너무 현실적으로 생각하지 마, 뉴욕에서 만난 선배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현실이 무엇이었냐고, 그건 돈이고 경력이고 나이이자 성별이다. 정해진 나이에 학교를 다니고,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때가 되면 결혼 이야기를 꺼내는, 꼬박꼬박 저축하며, 퇴근 후 피로함을 몇몇 자극으로 해소했던 날들이 현실이다. 선배 말이 맞아요, 그렇게 말을 했는데, 사실 완전히 떨쳐버리기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내게 현실을 강요해 쉽진 않았다. 그렇게 살아온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삶을 상상하기 어려우니까.
그래도 쌓아놓은 무언가가 있어 길을 떠난다. 경력도 조금 있고, 나이도 이 정도면 뭐, 일과 외주와 저축을 통해 까먹을 만 한 돈도 모였으니까. 무엇보다 하고 싶은 것들이 몇 개 생겼다. 끝이 성공이나 명예로 종결짓는 수준이 아닐지라도 그냥 해보고 싶은 것들. 그래서 무언가를 시작하기로 했다. 무언가,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하고 코딩을 배우고 운동을 하는 아주 작은 무언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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